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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닮은 차..당신이 몰랐던 렉스턴 스포츠 이야기│차부심 EP.07 (쌍용 픽업트럭의 역사, 렉스턴 스포츠의 역사)

▶IMF, '중국 먹튀', 또 법정관리..바람 잘 날 없는 쌍용
▶위기 때마다 쌍용을 지켜낸 건? 화물차 '픽업트럭'
▶아버지를 닮은 쌍용의 고독한 가장, 렉스턴 스포츠 이야기
▶ 영상으로 보시면 더 울림있는 [아버지를 닮은 차, 렉스턴 스포츠 이야기]

 

 

어두운 방 안엔바알간 숯불이 피고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한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를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시인이 표현한 아버지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열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서라면 한 겨울 눈밭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오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였죠. 하라는 차 얘기는 안하고 왜 뜬금없이 문과스러운 드립을 치고 있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얘기할 어떤 자동차 회사의 상황이 , 그리고 그 회사의 자동차 한 대가, 놀라울만큼 이 시와 닮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위기의 쌍용을 고독히 지키는 '가장' 렉스턴 스포츠

어두운 (소액주주 단톡) 방 안엔

바알간 (거래정지)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티볼리)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쌍용의)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지난 2021년은 쌍용에게 있어 최악의 한 해였습니다. 2020년 쌍용은 모회사인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가 신규 자본 투자 거부 의향을 밝힌 뒤 끝내 산업은행의 대출금 900억 여원을 상환하지 못해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2021년 또다시 쌍용의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면서 쌍용의 이미지는 추락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판매량 부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꿋꿋이 '효자' 노릇을 해주던 티볼리마저 기아 셀토스에 완전히 판매량이 밀려나면서 쌍용자동차의 2021년 누적 판매량은 2020년 대비 21.3%나 감소한 8만4496대에 그쳤습니다.

위태위태한 쌍용을 그나마 지탱해 준 건 렉스턴 스포츠였습니다. 2021년 내수시장에서 2만 6천여대를 판매하며 쌍용 차종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죠. 사실 픽업트럭이 쌍용을 구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쌍용이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쌍용을 지탱하며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 준 건 쌍용의 픽업트럭이었습니다.

▶ 언제나 위기의 쌍용을 지켜온 고독한 가장, 픽업트럭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얘기겠지만, 쌍용이 위기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쌍룡의 인생곡절은 90년대 IMF때부터 시작됐죠. 지나친 연구개발비 등으로 누적적자가 심화된 쌍용은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됩니다. 하지만 그 대우가 불과 1년 뒤 공중분해하며 쌍용자동차는 홀로 기업개선작업 (워크아웃)을 밟으며 알아서 살아나야 했죠.

그리고 이 위기에서 쌍용을 구해낸 차가 쌍용의 픽업트럭 '무쏘 스포츠' 였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쌍용이 무쏘 스포츠를 출시할 당시, 대한민국에서 '픽업트럭'은 이미 10년도 더 전에 멸종된 '퇴물 차종' 이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픽업트럭의 최대 세일즈 포인트였던 '적재량'에서 1톤 트럭에 밀리면서 1990년 생산된 포니2 픽업트럭이 20세기 대한민국의 마지막 픽업트럭이었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쌍용은 구세대의 유물 '픽업트럭'을 21세기에 부활시켰습니다. 그리고 초도 물량 2000대를 상정했던 무쏘 스포츠는 출시 한 달 만에 2만여대 주문이 들어오는 '초대박'을 치게 됩니다. 어째서였을까요?

2000년대 초반 불고 있던 '레저 열풍'을 정확히 캐치해 낸 덕분이었습니다. 1톤 트럭은 뛰어난 적재량에도 불구하고 원박스카 특유의 부실한 안정성과 철저한 상용차 이미지 탓에 레저용 차량, 혹은 레저용과 데일리카로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부족했습니다. 픽업트럭은 비록 적재량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1톤 트럭 대비 충돌 안정성이 뛰어났고, 하드탑을 씌워서 운용하면 기존 SUV와 비슷한 '데일리카'의 느낌으로 운용하기에 무리가 없었죠.

더 큰 강점은 픽업트럭이 '화물차'로 분류되면서 얻는 각종 세제혜택이었습니다. 당시 자동차 관련법은 '화물차'의 정의를 '화물 수송에 적합한 차량'이라고만 정해놓고, 그 조건으로 짐칸과 승용 좌석을 완전 분리할 것만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쌍용은 2열 좌석을 최대한 1열에 당겨붙이고 별도의 적재함을 만드는 방식으로 불과 '이사박스 4개'가 간신히 들어갈 조촐한 크기의 화물칸(바닥면적 1.67㎡)을 만들어 '화물차'로 형식승인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무쏘 스포츠는 당장 200만원이 넘는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가 면제됐고, 무엇보다 자동차세가 2만원대에 불과한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뒤로도 쌍용의 위기는 계속됐습니다. 2004년 쌍용을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투자 및 연구개발 약속을 뒤집고 쌍용의 기술을 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통상 신차 개발 1대에 드는 비용을 3000억 원 전후로 추산하는데, 상하이자동차는 카이런, 체어맨 엔진 기술, 코란도 C개발 핵심기술을 불과 1000억원이라는 헐값에 사들여가며 완성차 업계로서의 노하우를 쌓았죠. 하지만 쌍용 입장에서는 기술유출만 당하며 상품성 개선에 실패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2006년 출시된 액티언 스포츠와 2012년 출시된 코란도 스포츠가 연 2만대 이상씩의 꾸준한 판매고를 올려 준 덕분에 쌍용은 이후 '티볼리'를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픽업트럭이 없었다면 소형 SUV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온 '티볼리 대박'이 존재하기 이전에, 쌍용이라는 자동차 회사는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 쌍용을 또다시 위기에서 지켜낸 가장, 렉스턴 스포츠

하지만 '티볼리 대박'이후로도 쌍용의 상황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티볼리의 성공에 취한 나머지 도심형 SUV 디자인을 패밀리룩으로 삼아 코란도를 '중볼리'로, 렉스턴을 '대볼리' 디자인으로 악평을 들으며 '오프로더'의 남성적 이미지를 선호하던 쌍용 올드팬들의 반감을 샀죠. 심지어 영원할 것 같던 티볼리 전성시대도 경쟁사의 소형 SUV 라인업이 등장하며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쌍용 집안의 위기속에서, 흔들림 없이 판매량을 지켜준 건 2018년 출시한 대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였습니다. 기존 쌍용의 플래그십 SUV 렉스턴의 이름을 따온 것에 걸맞게 렉스턴에서 호평받은 차동잠금장치를 탑재해 적재량과 견인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완벽한 차라고 말하긴 어려웠습니다. 렉스턴 스포츠 특유의 변속기 타이밍은 이도저도 아닌 반응이 버벅댄다는 느낌을 줬고, 한계적재중량에 가깝게 짐을 실으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후륜 서스펜션이 가라앉아 주행을 방해하는 휠하우스 간섭 문제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차급을 키우면서 기존 쌍용 픽업트럭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던 좁아터진 2열 레그룸을 충분히 확보할 수가 있었죠. 어라운드뷰, 오토클로징 등 픽업트럭의 거친 이미지와는 사뭇 상반되는 편의장치 또한 소소한 매력 포인트였고 출시일 당일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롱바디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 칸에 이르러서는 세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탑재하면서 기존의 '티볼리 패밀리룩'을 완전히 벗어버렸고, 후륜 서스펜션을 용도에 따라 이원화하는 영리한 트림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누가 좋다그랬심꺼?!...철없던 쌍용의 흑역사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오픈형 렉스턴이신데예...므어어어? 오픈형 렉스터어어어언?!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렉스턴 스포츠가 인기몰이를 하는 와중에 쌍용은 자사의 픽업트럭에 자그마한 패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쌍용은 픽업'트럭'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한 뒤 '오픈형 렉스턴'이라는 듣도보도못한 포지셔닝으로 홍보하기 시작했죠.

그만큼 렉스턴의 플래그십 감성이 반영되었다는 걸 강조해주고 싶었던 이유였겠지만, 이건 뭐 홍길동도 아니고 픽업트럭을 픽업트럭이라 하지 못하는 쌍용의 태도는 분명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마치 굳은 현장일로 가정을 부양하는 아버지를 길에서 마주쳤을때 부끄러워하며 모르는 척 외면하는, 철없던 아이같다고나 할까요. 그 업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쌍용은 여러 악재가 겹치며 2020년 연말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주식거래정지상태에 돌입합니다.


우리 쌍용이 달라졌어요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의 꾸준한 선전을 본 쌍용의 태도는 2021년 렉스턴 스포츠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기점으로 180도 변했습니다. '오픈형 렉스턴'이라는 해괴한 포지셔닝을 버리고 'REAL. K-PICK UP'이라는 슬로건으로 등장한 렉스턴 스포츠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빈약해보이던 휠 아치를 보강하고 기존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보다도 훨씬 남성미 넘치는 가로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탑재하며 과거 쌍용의 '상남자 SUV' 디자인 감성을 들고 나와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비록 187마력 엔진이 여전히 차급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화물차'로 각종 세제혜택을 받는 점이 겹쳐져 거래정지 상태의 쌍용 자동차를 사실상 홀로 먹여살리는 '가장'으로 활약했습니다.

▶ 더 강해져서 돌아온 아버지...렉스턴 스포츠 익스페디션




22년식으로 새롭게 등장한 스페셜 트림 '익스페디션'모델은 더욱 남성적인 외관 디자인을 도입하는 한편, 기존에 '심장병 엔진'이라고 비난받던 187마력 엔진의 출력을 202마력으로 대폭 개선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을 받던 유압 스티어링을 마침내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으로 교체하면서 기존 9가지에 불과하던 안전, 주행보조 기능도 대폭 보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렉스턴 스포츠'의 미래가 마냥 장미빛인 건 아닙니다. 콜로라도가 상품성을 개선해 비록 2021년 10월 한달 뿐이긴 했지만 '수입차 1위'로 등극하는가 하면, 경쟁 수입 SUV의 출시예정 소식도 속속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죠. 설상가상으로 픽업트럭 시장 자체가 축소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 2021년 기준, 2020년보다 판매량이 감소한 모습을 보였고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는 ”국내 SUV와 미니밴이 고급화되고 대형화되면서 연비가 떨어지는 픽업트럭은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라고 부진의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산너머 산, 첩첩산중의 위기가 렉스턴 스포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 쌍용의 가장,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과연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요?

▶ 아빠 힘내세요, 전볼리가 있잖아요




'무조건 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픽업트럭'을 대하는 쌍용의 최근 행보를 보면 해결의 실마리는 있어 보입니다. 바로 최근 출시한 쌍용의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이 그 주인공입니다. 비록 300km 수준의 주행거리와 티볼리도 코란도도 아니 어정쩡한 디자인으로 '전볼리'라는 빈축을 사기는 했지만, 좌우지간 시장의 출고적체상황을 틈타 쌍용의 '전기 파워트레인' 가능성을 실증해 냈기 때문입니다.

'전볼리' 코란도 이모션이 '렉스턴 스포츠'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렉스턴 스포츠'는 바로 '화물차'라는 사실 말이죠. 현재 보조금 지원금 기준을 봤을 때, '전기 화물차'는 국고보조금을 일반 전기자동차 대비 최대 2배 수준으로 더 많이 지원받습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주행거리가 200km대에 불과한 '봉고EV', '포터EV'등 '전기 1톤 차량'은 지난해까지 국내에 판매된 전기차 5대 중 1대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최저트림 깡통 출고가가 4700만원에 달하는 전기 픽업트럭 포드 F-150 라이트닝 역시, 국내에 출시된다면 2000만 원 대에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많은 소비자들이 국내 출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쌍용은 2022년 목표 중 하나로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쌍용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화물차 세제혜택을 받는 '픽업트럭'이 '전기화물차 보조금'까지 받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렉스턴 스포츠의 상품성이 장기화 될 수 있을지 여부, 쌍용의 '픽업트럭'이 앞으로도 쌍용을 지키는 가장으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전기 픽업트럭'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쌍용 역시 올해 전동 픽업트럭 출시를 목표한다고 밝히기도 했었죠.

과연 쌍용은 여태까지 집안을 지켜온 고독한 가장, '픽업트럭'의 전동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오직 쌍용만이 알고 있을 일입니다. 다만 한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가족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아버지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사실 한 가지 말입니다.

차돌박이

차돌박이

shak@encar.com

차에 대한 소식을 즐겁게 전해드리는 차똘박...아니 차돌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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