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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시속 500km, 여전히 진행 중인 최고속도 전쟁

자동차는 과연 얼마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이미 양산차 최고속도 기록이 400km/h를 넘어선 지도 10년이 지났다. 이대로면 500km/h 벽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빠르기만 하면 되는 걸까? 로켓이나 우주선처럼 요상하게 생긴 자동차에는 관심 없다. 도로나 주차장에서 마주칠 일은 없기에. 우리 곁의 양산차가 중요하다. 이에 양산차 최고속도에 관한 궁금한 이야기들을 살펴봤다.

이런 건 재미없다

기네스북 양산차 최고속도에 오르려면

가장 빠른 양산차에 오르려면 몇 가지 기준을 갖춰야 한다. 주행이 목적이며, 독자적인 사양으로 30대 이상 생산돼야 한다. 최근에는 좀 더 기준이 엄격해져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차와 거의 같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30대 이상 만들었지만 1대를 과도하게 튜닝하거나 제한장치를 해제해도 기록이 인정되지 않는다.

기록 측정에도 기준이 있다. 1km 이상 폐쇄된 도로를 왕복으로 달려 평균값을 계산한다. 사실 거리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테스트 안전 상 1km로는 어림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양방향 주행이다. 왕복 주행의 평균값을 내는 이유는 바람, 순풍과 역풍에 따라 최고속도는 현격히 달라진다.

기준에 따라 헤네시 베놈 GT는 단 방향 테스트(NASA 활주로)로 기록을 인정받지 못했다. 한편 테슬라 로드스터는 가장 빠르게 움직인 자동차지만 로켓에 붙어 우주를 날아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 2019 한글판 참조)


시대별 기네스 월드 레코드의 영광

1959년 애스턴마틴은 DB4 GT로 시속 245km를 달성했다. 국산 최초 양산차 현대 포니가 1974년 선보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그러나 300km/h 벽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독일 스포츠카 제조업체 루프(RUF)가 BTR 모델로 305km/h를 달성했다. 이후 포르쉐가 한 차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980년대까지 가장 빠른차 기록은 루프의 CTR이 차지하게 됐다.

2019년 9월 현재,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은 코닉세그의 아제라 RS가 보유 중이다. 기록은 지난 2017년 11월에 미국 네바다 주에서 드라이버 니클라스 릴자(Niklas Lilja)에 의해 수립됐다. 서로 다른 두 방향으로 달려 한 방향은 457.5km/h, 반대 방향으로는 437.7km/h를 기록했다. 공식 최고속도는 평균값인 447.2km/h이다.



"거~ 로켓은 반칙 아니오"


'양산' 타이틀을 떼면 가장 빠른 자동차는 스러스트 SSC다. 최고속도가 무려 1227.985km/h로 음속(1,225km/h)보다 빠르다. 이 기록은 이미 1997년에 수립됐다. 그러나 바퀴만 달려 있을 뿐 우주선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모습이었고 로켓 엔진을 추진체로 활용한다. 현재는 블러드하운드 SSC로 1,600km/h를 넘어서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부가티 시론, 490km/h를 넘겼지만

1990년 이전까지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싸움이었다면, 현재는 부가티와 코닉세그가 전쟁 중이다. 2004년 CCR로 패권을 잡은 코닉세그는 이듬해 베이론에 곧바로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2017년 다시 아제라 RS로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에 있다.

콧대 높은 부가티도 있다. 이달 초 시론을 베이스로 한 프로토타입 모델(시론 슈퍼 스포트 300+)로 490.48km/h를 기록했다. 독일 기술협회 TUV의 양산 프로토타입은 인정 받았지만 차체를 248mm 늘였다. 엔진 출력도 양산형 모델보다 100마력 끌어올린 1,600마력이다. 결정적으로 '양방향 2회 기록 평균'이라는 조건에도 맞지 않아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오르지 못했다. 부가티는 안전을 이유로 네바다 주 대신 에라레 지앙 패스트 트랙을 테스트 장소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친환경, 고효율 강조하는 산업, 신기록에 목메는 이유는?

거듭된 산업화에 자동차 제조사가 직면한 과제는 단연 환경 규제다. 주행하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단 0.1g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 그러나 10km/h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도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최고속도 영역에 왜 목숨을 걸고 있을까. 이유는 바로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자신의 차를 최고속도까지 주행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도 서킷이나 활주로가 아닌 도로에서 말이다. 그만큼 최고속도는 실용성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모든 브랜드가 이 싸움에 뛰어들진 않는다. 하이 테크 이미지가 필요한 영역, 즉 최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하이퍼카 브랜드들의 싸움이다. 이 시장의 차들은 한 대 당 몇십억 원을 부른다. '가장 빠른 자동차' 같은 타이틀 갖지 못한 브랜드에 누가 선 뜻 지갑을 열어 주겠는가.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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